테크 거장들의 일상 루틴 24 – 스포티파이의 CEO 다니엘 에크(Daniel Ek)

다니엘 에크 인물 사진

"당신은 시간을 관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에너지를 관리하고 있는가?"
실리콘밸리의 신화는 종종 새벽 4시의 기상 알람과 함께 시작된다. 팀 쿡이나 엘론 머스크와 같은 거장들이 해가 뜨기도 전에 이메일을 처리하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성공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종의 강박적인 표준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 그들과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거대 제국을 움직이는 한 남자가 있다. 전 세계 6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오디오 스트리밍의 제왕, 스포티파이(Spotify)의 다니엘 에크(Daniel Ek)다.
그는 스스로를 "본성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칭한다. 그의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30분. 다른 CEO들에 비하면 늦잠에 가까운 시간이다. 하지만 그의 루틴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라는 낡은 프레임을 넘어선 에너지 관리(Energy Management)라는 새로운 차원의 성취 공식을 발견하게 된다. 이 장에서는 다니엘 에크가 어떻게 자신의 에너지를 설계하고, 그것을 통해 조직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지, 그 집요한 루틴의 비밀을 파헤쳐본다.

  1. 오전 10시 반까지 업무를 시작하지 않는 이유

다니엘 에크의 하루는 생산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배반한다. 그의 아침은 이메일 확인이나 긴급한 회의 소집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기상 후 첫 4시간을 오직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쓴다.
6시 30분에 일어난 그는 7시 30분까지 온전히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은 그에게 '생산성'보다 더 중요한 '존재(Presence)'의 확인이다. 이는 스웨덴 특유의 워크-라이프 밸런스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하루를 시작하기 전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는 전략적 시간이다.
7시 30분부터는 운동이 이어진다. 유산소와 웨이트 트레이닝, 때로는 요가를 병행하며 신체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과거 주 100시간씩 일하며 건강을 돌보지 않았던 그는 40~50파운드가량 체중이 불어나는 경험을 했고, 신체적 에너지가 고갈되면 정신적 예리함도 무뎌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제 그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닌, 경영자로서의 필수적인 유지보수 활동이다.
그리고 8시 30분, 에크의 루틴 중 가장 독특하고도 강력한 의식이 시작된다. 바로 1시간의 산책이다. 스웨덴의 혹독한 겨울바람이 불어도 그는 걷는다. 그는 "산책할 때 최고의 생각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 시간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그는 걷으면서 복잡한 사안에 대해 깊이 사색하거나, 중요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과 통화를 한다. 책상 앞이 아닌 길 위에서, 그의 뇌는 비로소 창의적인 연결을 시작한다.
산책 후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독서 시간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역사, 리더십, 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한다. 그는 연간 60~70권의 책을 읽는 다독가다. 이렇게 지적, 신체적, 정서적 에너지를 모두 충전한 뒤인 10시 30분이나 11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의 공식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이 4시간의 '비업무'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이는 오후에 내려야 할 고도의 의사결정을 위해 뇌를 최적의 상태로 예열하는 '프라이밍(Priming)' 단계다. 에크는 시간이 있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안다.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의 10시간보다,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에서의 1시간이 더 큰 임팩트를 만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1. 메이커(Maker)의 스케줄로 일하라

다니엘 에크는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주창한 '메이커의 스케줄(Maker's Schedule, 창조자의 일정)'과 '매니저의 스케줄(Manager's Schedule, 관리자의 일정)'의 개념을 철저히 실천한다. 관리자는 30분이나 1시간 단위로 일정을 쪼개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시를 내리지만, 무언가를 창조해야 하는 메이커는 긴 호흡의 몰입 시간이 필요하다. 수천 명의 직원을 둔 CEO라면 응당 매니저의 스케줄을 따를 것 같지만, 에크는 스스로를 메이커의 리듬에 맞춘다.
그는 하루에 최대 3~4개의 회의만 잡는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의 중요한 주제에만 깊이 파고드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것은 멀티태스킹이 주는 인지적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고, 하나의 난제에 자신의 모든 지적 자원을 쏟아붓기 위함이다.
그의 회의 준비 방식 또한 철저하다. 그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 관련 자료를 읽거나 실무자와 대화하며 충분한 맥락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회의실에 들어설 때 그는 이미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특히 그는 구글 문서 등을 활용해 회의 전에 미리 내용을 공유하고 댓글로 토론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는 회의 시간을 단순한 정보 공유가 아닌, 치열한 논쟁과 결론 도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에크는 회의에 임할 때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이 회의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자신이 최종 승인자인지, 단순히 의견을 보태는 자문역인지, 아니면 정보를 듣기만 하면 되는지를 사전에 정의한다. 많은 CEO들이 모든 회의에서 '결정자'가 되려고 하지만, 에크는 팀이 더 유능하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자문역으로 물러서거나,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실제로 그는 제품 리뷰 회의에서 자신의 존재가 팀의 위축을 불러온다는 피드백을 받고, 3개월간 해당 회의에서 빠지는 실험을 단행하기도 했다. 결과는? 팀은 그 없이도, 아니 그가 없어서 더 훌륭하게 제품을 만들어냈다.

인물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 크레딧: Daniel Ek, Spotify Uploaded by Julle, Microsoft Sweden · 라이선스: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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