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의 성공 공식은 흔히 속도와 연결성으로 설명된다. 밤을 새우는 개발, 샌드힐 로드(Sand Hill Road)의 벤처 자본과 끝없는 미팅, 사용자의 기하급수적 확장이 성공의 문법처럼 유통된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의 최고경영자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그 문법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그는 네트워크의 한복판보다 눈 덮인 숲속이나 고립된 수도원에서 더 자주 발견되며, 효율을 위해 시간을 쪼개기보다 하루 5시간씩 느린 속도로 스키를 타며 시간을 통째로 흘려보낸다.
많은 경영자가 루틴을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사용할 때, 카프는 루틴을 판단을 정제하는 의식으로 격상시킨다. 그의 일상은 괴짜의 기행이 아니라, 거대한 데이터 흐름 속에서 잡음을 걷어내고 문명사적 위기를 직시하기 위해 설계된 인지 시스템에 가깝다. 이 장에서는 알렉스 카프가 신체와 환경을 통제함으로써 실리콘밸리의 이단아에서 핵심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장으로 자리 잡은 과정, 그리고 그 고독한 루틴의 구조를 살핀다.
- 신체적 고행이 인지적 각성을 만든다
알렉스 카프의 하루를 지배하는 루틴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다. 그는 뉴햄프셔 자택이든 해외든, 눈이 있는 곳이라면 하루 5시간 이상 스키를 탄다. 일반적인 최고경영자가 짧고 강한 운동으로 효율을 따질 때, 카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설원으로 들어가 느린 호흡을 반복한다.
여기에는 그가 노르웨이의 올림픽 스키 선수들과 특수부대원들에게서 체득한 훈련 철학이 있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운동 생리학으로는 비교적 낮은 강도를 오래 유지해 지구력을 쌓는 방식에 가깝다. 카프는 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느림을 통해 신체적 기반을 만들고, 가끔 짧은 고강도를 섞어 폭발력을 끌어올린다.
이 신체 루틴은 그의 경영 철학인 장기주의와 맞물린다. 팔란티어는 창업 초기부터 단기 수익보다 누구도 풀지 못한 난제를 푸는 기술 토대를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해 왔다. 시장이 단기 실적을 압박할 때도 카프는 흔들리지 않으며, 스키로 체득한 느림의 미학으로 변동성을 견디는 인내를 축적한다. 그리고 기술 전환이나 지정학적 위기처럼 결정적 순간이 도래하면, 그 체력이 성장 속도로 바뀐다는 논리로 움직인다.
그는 사무실에 태극권 검을 두고 직원들에게 태극권을 가르치기도 한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가 있다고 알려진 그에게 태극권의 느리고 절제된 동작은 산만함을 한 점으로 모으는 도구다. 그는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육체를 극한으로 밀어붙이거나 극도로 이완시키는 방식을 번갈아 사용하며, 신체적 고행을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는 필터로 활용한다.
- 공간을 격리해 침묵의 요새를 만든다
알렉스 카프는 스스로를 실리콘밸리의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거주 공간 또한 기술 중심지에서 멀리 둔다. 그는 뉴햄프셔의 인적 드문 시골, 그래프턴 카운티(Grafton County)에서 생활해 왔고, 최근에는 콜로라도 아스펜 인근의 세인트 베네딕트 수도원(St. Benedict’s Monastery)을 매입한 사실로 주목을 받았다.
이 수도원 부지는 3,700에이커에 이르며, 트라피스트 수도회(Trappists)가 오랜 기간 침묵 수행을 해오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세상과 단절된 기도와 노동의 공간이, 전 세계 정보를 분석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상징적이다. 카프에게 이 선택은 낭만이 아니라 기능이다. 정보 과부하와 피상적 소통으로부터 사유를 지키기 위한 요새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집과 집무실에서 휴대전화 신호를 차단하는 차폐 공간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한 영어가 모국어임에도 수행비서나 측근들과 독일어로 대화해 보안과 사유의 밀도를 유지한다는 일화가 따라붙는다. 이런 공간적, 언어적 격리는 유행과 압력에 휩쓸리지 않고 팔란티어의 거시적 임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환경 루틴으로 기능한다. 다른 최고경영자들이 개방형 사무실에서 연결을 강화할 때, 카프는 고립을 선택해 더 깊은 신호를 포착하려 한다.
인물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 크레딧: Deputy Prime Minister Oliver Dowden attends AI Summit, UK Government · 라이선스: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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