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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 거장들의 일상 루틴 16 – 구글 전 CEO 에릭 슈밋(Eric Schmidt)

    에릭 슈밋 인물 사진
    1. ‘어른의 감독’이 사라진 자리,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2011년 1월 20일, 실리콘밸리 역사에 남을 만한 짧은 트윗이 올라온다. “더 이상 어른의 감독은 필요하지 않다.” 구글 최고경영자였던 에릭 슈밋(Eric Schmidt)이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넘기며 남긴 말이다. 이것은 단순한 승계가 아니라 역할의 재정의였다. 300명 규모의 조직을 3만 명이 넘는 기업으로 키운 경영자가 운영의 전면에서 한 발 물러나, 판단과 조언이라는 영역으로 이동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리더십은 종종 거창한 비전이나 카리스마로 오해된다. 그러나 에릭 슈밋과 그를 이끈 실리콘밸리의 코치 빌 캠벨(Bill Campbell)이 보여준 리더십은 훨씬 더 미시적인 일상 루틴 속에 숨어 있었다. 그들은 전략을 말하기 전에 이메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회의실에 들어가 첫 문장을 무엇으로 열지, 주말을 어떻게 비울지 같은 사소한 습관을 먼저 설계했다. 성공적인 경영은 불확실성이라는 야생마를 루틴이라는 고삐로 통제하는 과정이며, 그 고삐의 질이 조직의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좌우한다. 이 장은 에릭 슈밋이 구글이라는 고속 성장 조직을 흔들림 없이 이끈 루틴을 중심으로, 조직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비움과 속도의 기술을 해부한다. 속도가 곧 신뢰가 되는 이메일 루틴
    현대 조직의 가장 큰 병목은 리더의 임시 보관함에서 발생한다. 의사결정권자가 정보를 쥐고 머뭇거리는 순간, 조직의 흐름은 막히고 불안은 증폭된다. 에릭 슈밋과 조나단 로젠버그(Jonathan Rosenberg)는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단순하지만 강력한 소통 루틴을 확립한다. 첫째는 빠른 응답이다. 그는 신뢰는 응답 속도에서 시작된다고 보았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알겠다”라는 한 문장만으로도 상대는 메시지가 도달했고 절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리더의 침묵은 조직을 멈추게 하지만, 리더의 짧은 반응은 조직을 다시 움직인다. 둘째는 한 번 읽었으면 한 번에 처리한다는 원칙이다. 많은 리더는 메일을 열어보고 닫은 뒤 다시 열어보고 또 닫는다. 이 반복은 시간을 갉아먹고 머릿속 작업 기억을 소모한다. 슈밋은 메일을 열었다면 즉시 답장하거나, 위임하거나, 삭제해야 한다고 본다. 보관함에 남는 항목을 최소화하는 것은 정리 기술이 아니라 리더의 뇌 용량을 보존해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기 위한 인지 루틴이다. 셋째는 리더를 종착지가 아니라 연결 허브로 인식하는 태도다. 유용한 정보를 받으면 “이 정보가 또 누구에게 필요할까”를 즉시 생각하고 전달한다. 정보가 특정 개인에게만 쌓이면 조직은 느려지고, 정보가 흐르면 조직은 빨라진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최신 메일부터 처리하는 방식을 권장했다. 오래된 메일은 이미 상황이 변했거나 누군가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최신 이슈는 즉각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루틴이 거대 조직을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만들었다. 회의실의 공기를 바꾸는 시작 루틴과 데이터 루틴
    회의는 조직 문화가 드러나는 무대다. 에릭 슈밋은 오랫동안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경영진 회의를 주재했는데, 그는 의외로 “주말에 무엇을 했는가” “출장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같은 질문으로 회의를 연다. 이른바 여행 보고서로 시작하는 습관이다. 이것은 잡담이 아니라 빌 캠벨이 전수한 관계 설계다. 개인의 삶을 짧게 공유하면 구성원은 직무가 아니라 사람으로 연결되고, 긴장감은 누그러지며 심리적 안전감이 생긴다. 말이 부드러워지면 논쟁이 가능해지고, 논쟁이 가능해지면 결정의 질이 올라간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원칙은 단호하다. 회의에는 단 한 명의 결정권자가 있어야 한다. 합의에 매달리면 속도는 떨어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론이 나온다. 빌 캠벨은 합의를 싫어한다고 말하며, 모두가 덜 불쾌해하는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을 밀어내는 순간을 경계했다. 그래서 구글의 회의는 최선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논쟁을 허용하되, 논쟁을 감정으로 끌고 가지 않도록 데이터로 정리했다.

    인물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 크레딧: https://securityconference.org/mediathek/asset/eric-schmidt-1630-16-02-2018/, Hecker / MSC · 라이선스: CC BY 3.0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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