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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 거장들의 일상 루틴 11 –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데미스 허사비스 인물 사진
    1. 경영자의 가면을 쓴 과학자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생산성'이라는 단어는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생산성을 캘린더의 빈칸을 채우고, 1분 단위로 쪼개진 회의를 소화하며, 슬랙 메시지에 즉각 반응하는 속도로 측정하곤 한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CEO들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며 '미라클 모닝'을 실천할 때, 런던의 한 연구실에서는 정반대의 리듬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물이 있다. 바로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 그리고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다.
    그는 전형적인 경영자의 문법을 거부한다. 그는 AI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를 지휘하는 거대 기업의 수장이지만, 그의 본질은 여전히 난제를 풀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과학자에 가깝다. 허사비스가 이룩한 알파고의 승리와 알파폴드를 통한 단백질 구조 예측의 혁명은 단순히 천재성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철저하게 설계한 시간 관리 전략, 즉 '이중 업무일'이라는 독특한 루틴이 빚어낸 인지적 승리다.
    이 장에서는 허사비스가 어떻게 하루를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분리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뇌과학적 기제인 '인큐베이션'과 '몰입'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분석한다. 당신이 굳이 새벽 4시에 잠드는 올빼미형 인간이 아니더라도, 그의 루틴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집중의 본질'을 되찾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숨겨져 있다.

    1. 낮의 소음: 얕은 업무의 바다를 건너다

    허사비스의 하루는 오전 10시 30분, 런던 킹스크로스역 인근의 딥마인드 본사에서 시작된다. 이 시간은 그에게 '첫 번째 업무일'이다. 이 시간대 그의 역할은 명확하다. 수백 명의 천재적인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을 조율하고, 모회사인 알파벳과의 전략을 논의하며, 이소모픽 랩스와 같은 자매 회사의 비전을 수립하는 경영자로서의 시간이다.
    이 시간대의 업무는 필연적으로 산만함을 동반한다. 뉴포트가 정의한 '얕은 업무'의 영역이다. 이메일이 쏟아지고, 회의 요청이 쇄도하며,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이슈들이 터져 나온다. 허사비스는 이 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타인과의 연결이 필수적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연결된 시간'이 자신의 인지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사실 또한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허사비스는 이메일 처리에 따르는 인지적 비용을 "한 달에 수천 달러를 지불해서라도 없애고 싶은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딥마인드 팀과 함께 자신의 말투와 사고방식을 학습하여 일상적인 이메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AI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있을 정도로, 외부의 노이즈가 자신의 뇌로 침투하는 것을 경계한다. 낮 시간 동안 그는 철저히 방어적인 태도로 자신의 에너지를 관리한다. 이 모든 것은 해가 진 뒤 찾아올 '진짜 업무'를 위한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다.

    1. 인큐베이션: 뇌를 위한 전략적 공백

    오후 6시가 되면 허사비스는 딥마인드 본사를 나선다. 북런던의 자택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이것이 하루의 마무리가 되겠지만, 허사비스에게 이 시간은 거대한 전환점이자 뇌과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인큐베이션'의 시간이다.
    문제 해결에 있어 '인큐베이션'이란 난제에서 잠시 벗어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허사비스가 가족과 대화하고 일상적인 아빠의 역할로 돌아가는 이 4시간 동안, 그의 의식은 업무에서 멀어지지만 무의식은 낮 동안 수집한 방대한 정보와 난제들을 백그라운드에서 처리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수면보다 깨어 있는 동안의 인큐베이션 기간이 창의적 문제 해결, 특히 수수께끼와 같은 통찰형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허사비스는 이 원리를 본능적으로, 혹은 그가 가진 신경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시간을 통해 뇌의 과부하를 해소하고, 낮 동안의 '경영자 모드'에서 '연구자 모드'로 뇌의 스위치를 전환한다. 이 전략적 공백이 없다면, 뒤이어질 심야의 고강도 몰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물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 크레딧: Own work, John Sears · 라이선스: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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