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기업가의 하루는 흔히 숨 가쁜 미팅과 끊임없는 의사결정, 그리고 24시간 연결된 디지털 네트워크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400억 달러 가치의 기업 캔바를 이끄는 멜라니 퍼킨스의 일상은 이러한 통념을 철저히 거부한다. 그녀의 성공 방정식 이면에는 화려한 스타트업의 신화가 아닌, 지독하리만큼 철저하게 설계된 개인의 루틴이 자리 잡고 있다. 퍼킨스는 자신의 내성적인 성향과 스타트업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운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 장에서는 멜라니 퍼킨스가 어떻게 일상의 규율을 통해 혼돈을 명료함으로 전환했는지, 그리고 그 개인의 루틴이 어떻게 거대한 조직의 문화와 제품 철학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 주의력이라는 자산의 보호: 디지털 단절의 미학
현대 경영자에게 가장 희소한 자원은 시간이나 자본이 아닌 주의력이다. 퍼킨스는 주의력을 쉽게 흩어지지만 다시 모으기 힘든 금가루와 같이 취급한다. 수많은 CEO들이 실시간 소통을 미덕으로 여길 때, 그녀는 역설적으로 단절을 선택했다.
그녀의 가장 강력한 루틴 중 하나는 휴대전화에 업무용 메신저나 이메일 앱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디톡스가 아니다. 이는 외부의 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모드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도대로 사고를 주도하는 모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방어막이다. 노트북을 덮는 순간 그녀의 업무는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완전히 종료된다. 이러한 철저한 온오프 스위칭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필수적인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스타트업 초기, 퍼킨스 역시 주 7일 근무하며 휴식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곧 쉼 없는 노동이 오히려 판단력을 흐리고 번아웃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그녀는 주말을 온전한 휴식의 시간으로 확보하고, 이를 재충전이 아닌 생산성의 필수 요소로 재정의했다. 리더가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조직 전체의 속도를 높이는 가장 빠른 길임을 인정한 것이다.
- 사고의 정제 시스템: 모닝 페이지와 걷기
퍼킨스에게 루틴은 단순히 할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그녀는 자신의 비밀 병기로 모닝 페이지를 꼽는다. 이는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대로 세 페이지 분량의 글을 쓰는 행위로,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모닝 페이지는 단순한 일기가 아니다. 그것은 머릿속을 부유하는 불안, 아이디어, 할 일들을 배설하듯 쏟아내어 인지적 부하를 줄이는 뇌 청소 작업이다. 글쓰기는 손가락을 통해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그녀는 이 과정을 통해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명료한 언어로 포착한다. 100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거절당했던 초기 시절, 그녀를 지탱해 준 것은 이러한 기록의 힘이었다. 그녀는 2011년 자신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의 어려움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주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정적인 글쓰기가 내면의 정리를 담당한다면, 동적인 걷기는 아이디어의 확장을 담당한다. 퍼킨스는 한때 매달 100킬로미터를 걷는 목표를 세웠을 정도로 걷기를 중시한다. 걷기는 그녀에게 브레인스토밍의 시간이며, 자연과 연결되는 통로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이 아날로그적인 활동에 최신 기술을 결합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산책 중 떠오르는 생각을 이어폰을 통해 녹음하고, 이를 도구를 활용해 정리하거나 캔바에서 시각화한다. 이는 산책 중의 자유로운 발상을 체계화로 전환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생산성 루틴이다.
- 개인의 루틴이 조직 문화가 되는 순간
퍼킨스의 루틴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개인의 생산성 도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가 지키는 명료함의 기준은 곧 캔바라는 조직이 일하는 방식으로 번역된다. 복잡한 기능보다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우선하는 제품 철학,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문서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으로 정렬하는 방식, 그리고 빠르게 만들되 사용자 입장에서 다시 단순화하는 운영 습관은 모두 그녀의 일상적 선택과 연결돼 있다. 한 사람의 루틴이 회사의 의사결정 속도와 협업 언어를 규정하는 셈이다.
이 지점은 다른 창업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많은 리더가 팀 문화는 비전 선언문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리더가 반복하는 행동이 문화의 초안이 된다. 밤늦게까지 메시지에 즉답하는 CEO 밑에서는 모두가 상시 대기 상태가 되고, 반대로 깊은 사고와 회복 시간을 제도처럼 지키는 리더 밑에서는 조직도 장기적으로 더 선명한 판단을 하게 된다. 멜라니 퍼킨스의 루틴은 성공한 뒤 여유가 생겨서 꾸민 장식이 아니라, 성장의 혼돈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만든 규율이며, 바로 그 규율이 캔바의 확장성을 떠받치는 운영 원리가 되었다.
인물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 크레딧: https://www.flickr.com/photos/182855606@N07/48352760127/, Melanie Perkins · 라이선스: CC BY-SA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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